12월 7일은 절기상으로 대설이다. 대설을 지내고 나서야 비로소 본격적인 겨울의 문턱에 섰다고 할 수 있다. 언뜻 보면, 황량해 보이는 겨울 녘 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녀석들이 숨어있다.
찬바람 거세게 부는 땅 밑에는 맛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뿌리채소, 갑옷으로 무장한 참꼬막이 숨 쉬고 있다. 추위라는 시련에도 알차게 영글어 가는 먹거리들은 겨울 땅의 영양분은 물론 진한 맛까지 품고 있다.
참꼬막이 자라는 차진 땅 전라남도 고흥군
동쪽의 여수반도와 서쪽의 고흥반도 사이의 여자만은 넓고 차진 갯벌을 물 밑에 품고 있다.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인 갯벌에서 마치 구름을 타고 노닐 듯 자유롭게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바로 고흥 갯벌을 평생의 터전으로 삼은 선정마을 아낙들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곱고 차진 펄도 아낙들의 자가용, 뻘배만 있으면 문제없다는데, 추위를 헤치고 펄을 휘저어 가며 찾는 것은 바로 여자만의 보배, 참꼬막이다.
고흥 선정마을 참꼬막 채취
선정 은하수&꼬막 농어촌 체험 휴양마을
고흥군 남양면 해맞이길 3
체험: 어촌 체험, 캠핑장, 해안 방품림, 산책로 등
문의 가능한 연락처: 010.9007.4147
ㅡ고흥살이사관학교ㅡ [선정공원]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한때는 손만 뻗으면 잡힐 정도로 흔하던 참꼬막이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줄어 금쪽같이 귀해졌다는데. 겨울이면 돌아오는 참꼬막 수확 철은 평생을 갯벌에서 보낸 선정마을 어머니들에게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아낙들은 몸은 힘들어도 양손은 무겁게, 마음은 뿌듯하게 귀가한다. 선정 앞바다에서 잡힌 참꼬막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 데다 따로 해감할 필요도 없단다. 다만 끓일 때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물이 끓기 전에 참꼬막을 넣고 한쪽으로만 저어가며 끓여야 익을 때까지 입이 벌어지지 않고 까기도 쉽다고 한다. 철분과 헤모글로빈이 풍부해 검붉은색을 띠는 꼬막살은 외지인들도 즐겨 먹는다.
예전부터 꼬막이 흔하던 선정마을에서는 국을 끓여 먹고는 했다. 별다른 양념 없이도 꼬막의 감칠맛 덕에 훌륭한 맛을 낸다는데, 참꼬막부침개는 참꼬막과 맛조개의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겨울이 제철인 시금치를 넣고 무쳐낸 시금치참꼬막회무침까지 더하면 바닷바람으로 꽁꽁 얼었던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검은 땅. 고흥 갯벌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겨울의 참맛을 찾는 사람들을 만나본다.
(출처: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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