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행 705편. 산사에서의 하루
색깔로 다가오는 계절, 그 색깔을 만드는 숲과 꽃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숲속의 산사는 융단을 깐 초록 물결 속에 자리한다.
무거운 짐 지게를 지고, 향긋한 차 한 잔을 내어주고, 사계절 꽃이 피는 꽃밭을 가꾸고, 자연에서 얻은 절밥을 지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음을 비우고 수행하는 스님들이 있다. 산사에서 스님들의 하루를 만나본다.
1부. 길 없는 하늘 아래 암자
태백산 자락, 해발 920m에 위치한 하늘이 감춰 둔 암자, 도솔암을 오르는 길은, 그야 말로 길이 없다. 오솔길조차 없어 야생의 계곡을 몇 번이고 건너야만 하는 그 길을, ‘내가 걷는 길이 곧 길’이라며 묵묵히 걸어가는 동광 스님과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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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걷기도 힘든 험난한 계곡 길을 부처님께 올릴 과일 장을 무겁게 지게에 지고 오른다. 스님에겐 도솔암으로 가는 길이 곧 수행의 길이다. 턱까지 찬 숨이 막바지에 이를 때 쯤, 첩첩산중 꼭꼭 숨어 있던 도솔암이 모습을 드러낸다.
한 뼘 마당조차 없이 천길 벼랑 위에 세워진 작고 초라한 암자는 1400년 전 세워진, 고승들이 찾아 온 참선 도량이다. 찾는 이조차 없는 궁벽한 오지 암자에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든 자급자족의 삶이다.
동광스님은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길도 없는 산에 올라 귀한 석이며 당귀, 곰취를 딱 먹을 만큼만 따 상에 올리지만 소박한 밥상 앞에서도 복을 짓는 마음만은 넉넉하다. 보는 이 없어도 매일 새벽 3시면 부처님 전에 앉아 수행 정진하며 마음공부를 하는 동광스님의 하루를 들여다본다.
(출처: 한국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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