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편. 나의 단짝 2부. 49년생과 94년생
‘서로 뜻이 맞거나 매우 친하여 늘 함께 어울리는 친구, 단짝‘ 팍팍하고 숨찬 세상, 등 기댈 수 있는 한 곳, 마주 보면 그저 미소가 터져 나오는 한 명만 있어도 괜찮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단짝’들과 함께하는 가슴 따뜻한 포근한 일상을 만나본다.
3년 동안 매일 편지를 보내며 구애했던 남편은 결혼해서도 한결같이 다정다감했다. 병으로 떠나던 그 순간에도 여윈 팔로 팔베개를 해 주던 사랑꾼이었다. 남편이 떠난 지 16년이지만 아내는 남편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해 둔 장작이 아까워 때지 못한다.
온 집 구석구석 빛바랜 장작이 쌓여있다. 아내는 남편이 남기고 간 마지막 선물에서 남편의 흔적을 추억한다. 중학생 때까지 할머니 무릎 밑에서 자랐던 손자는 유난히 금실 좋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억한다.
인생의 단짝인 할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고 쓸쓸하게 홀로 지내는 할머니가 늘 마음 쓰였던 손자는 입사가 결정되고 두 달의 자유 시간이 주어지자, “할머니, 저랑 유럽 여행 가실래요?”라며 전화를 걸어왔다. 그렇게 떠난 49년생 할머니와 94년생 손자의 9박 10일간의 유럽 여행은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함께 먹고 자고 손잡고 걸으며 때론 싸우고 화해하며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단짝’이 되었다. 서른이 다 됐지만 영원히 할머니의 ‘강아지’로 불리는 할머니의 단짝, 손자는 가을 추수철이면 일 욕심 많은 할머니 혼자 힘드실까 봐 휴가를 내고 새벽같이 달려 시골 할머니 집으로 내려온다.
고추를 따고, 단감을 따는 일이 고될 만도 하지만, 일하면서도 끊이지 않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맑은 가을하늘을 닮았다. 추수를 끝낸 두 사람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여행길에 나선다.
남편과 함께 시댁 제사 지내러 일 년에 두 번씩 갔었던 여수는 할머니의 추억이 깃든 장소로, 그 마음을 헤아린 손자는 할머니 손을 잡고 서로를 향한 여행길에 나선다.
(출처: 한국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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