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그릇, 따뜻한 위로
밥보다 ‘죽’이 생각나는 순간이 있다. 아프고 힘들 때, 지치고 고단한 날,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죽’은 가난했던 시절, 부족한 끼니를 채워주었던 고마운 한 끼였다. 한해의 끝자락,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든 이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를 담은 ‘죽 한 그릇’을 만난다.
매일 죽 쑤는 여자의 ‘소고기죽’과 ‘시래기죽’
아흔일곱 어머니의 하얀 머리칼을 직접 잘라주며 사는 김정해(59) 씨는 ‘매일 죽 쑤는 여자’다. 거동이 불편한 데다 치아가 하나도 남지 않은 어머니에게 죽은 먹기도 좋고 소화도 잘되어 좋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서대문구 소고기채소죽 시래기죽
만나팥죽
주소: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189-1 영천시장 B열 31호
전화번호: 010-7589-1009
팥죽 호박죽 식혜 수정과
결혼할 때 어머니가 선물한 30년 된 칼을 아직도 사용 중이라는 정해 씨. 고기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소고기를 갈고 온갖 채소들을 다져 넣어 ‘소고기채소죽’을 솜씨 좋게 쑤어낸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요리에 관심도, 솜씨도 없던 그녀가 매일 죽을 쑤게 된 건 1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을 위해서였다. 함께 목회 활동과 봉사를 하며 열심히 살던 남편이 급성 혈액암 선고를 받았고, 밥을 먹을 수 없는 남편을 위해 인터넷을 찾아가며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 죽을 만들기 시작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던 ‘시래기죽’을 쑤어 건넸을 때 환하게 웃으며 반기던 모습이 그립기만 하다. 매일 정성 없이는 만들 수 없는 죽을 쑤며 “오늘도 죽을 준비했어?”라 묻던 남편의 물음을 자신에게 하며 살고 있다는 정해 씨. 그녀에게 죽은 정성을 다한 간절한 마음이고, 따뜻한 위로다.
(출처: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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