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비탈에 위치한 만여 평의 복숭아밭, 살갗을 파고드는 햇살, 폭염이 찾아오면 전쟁이 시작된다. 당일 수확, 당일 출하가 원칙인 복숭아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사람 잡는 무더위에 뽀얗게 흩날리는 복숭아털, 20여 종의 복숭아나무들은 수확시기도 다 달라서 여름이면 꼼짝달싹, 복숭아밭에 매달려 있어야 한다.
농부 정용선(65) 씨와 딸 한글(29) 씨도 전열을 가다듬는다. 해마다 이런 고생을 혼자 해왔던 용선 씨는 이제 2년 차가 된 한글 씨와 함께라서 더 신이난다. 민들레 홀씨처럼 살고 싶다던 한글 씨가 아버지의 복숭아밭에 뿌리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글 씨네 복숭아밭은 가족의 희망과 절망이 동시에 뿌리내린 곳이다.
사실 사과밭이었던 한글 씨네 복숭아밭은 변해가는 기후조건을 견디다 못해 복숭아 농사를 짓기로 하던 중, 11년 전, 가족에게 큰 불행이 찾아왔다. 함께 복숭아 농사를 짓기로 한 첫째 종락 씨가 눈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던 것이다. 삼남매 중 첫째 종락 씨와 함께 농원을 준비하며 든든한 희망에 부풀었었다.
눈이 내린 크리스마스이브에 부자가 탄 차가 미끄러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운전대를 잡았던 용선 씨는 경미한 부상이었지만 종락 씨는 경추가 부러졌고 결국 전신마비라는 장애를 얻게 됐다. 아들의 사고 이후, 가족들에게는 큰 변화가 찾아왔다. 용선 씨는 슬픔에 잠겨있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가족을 지켰다.
의성 한글이네 복숭아밭 정보
별마루농원
주소: 경북 의성군 단밀면 위중3길 33-2 별마루농원
전화번호: 0507-1327-5287, 010-5274-5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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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밭에 나가 아들 몫까지 일했고, 삼시세끼 가족들을 위해 밥을 했다. 태풍 속에서도 바위같이 굳건한 용선 씨의 모습에 가족들은 빠르게 아픔을 극복해 나갔다. 용선 씨는 해마다 처음 수확한 복숭아를 서울로 독립해 간 아들에게 보낸다. 그건 고향 땅의 햇살과 바람, 아버지의 사랑으로 키운 복숭아다.
한글 씨는 아버지 용선 씨를 보며 농부의 마음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배운다. 장마와 폭염이 번갈아 찾아오더니, 이번엔 태풍이 몰려왔다. 그동안의 노고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밤을 새워 복숭아를 따고, 비바람을 헤치고 나가 지지대를 세운다. 다행히, 가족의 고생이 무색하지 않게 태풍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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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푸르러진 복숭아밭에서 한글 씨는 오빠 종락 씨에게 영상통화를 건다. 11년 전, 가족을 덮쳤던 태풍도 그렇게 아물어 가고 있다. 아버지 용선 씨는 의성의 소문난 열정농부이다. 환경친화적인 농사를 짓는다며 약은 직접 제조해 캄캄한 새벽에 치고, 제초제는 물론 호르몬제, 착색제 없이 오로지 햇살만으로 복숭아를 키운다.
덕분에 아버지의 무릉도원은 올해도 대풍을 맞았다. 아빠의 적극적인 영업에 넘어가 2년 전 귀농한 딸 한글 씨는 관광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여행사에서 근무하며 농사의 꿈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아버지의 열정에 치여 처음엔 고생깨나 했다. 그랬던 딸이 고작 2년 농사짓더니 자꾸만 아빠를 가르치며, 용선 씨 열정에 기름을 붓는다.
티격태격하다가도 서로가 애틋해 눈물짓는 부녀의 모습이다. 모두가 슬픔과 충격에 빠져있는 동안 용선 씨는 이를 악물고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아들 몫까지 일했고, 시름에 빠진 가족을 위해 삼시세끼 밥을 했다. 늘 웃자, 행복하자며 어루만져 준 용선 씨 덕에 가족은 슬픔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아픔을 극복했다.
막내딸 덕에 자식과 함께 농사를 짓겠다는 꿈을 이룬 용선 씨는 딸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서 즐기던 술도 끊고 더 농사에 몰두했다. 덕분에 여름을 맞은 한글 씨네 복숭아밭은 매일 즐거운 수확전쟁이다. 용선 씨는 생산 담당, 아내 청자 씨는 품질관리, 한글 씨는 홍보와 판매를 담당하는 환상적인 팀워크를 발휘한다.
여름이 깊어 갈수록 점점 더 힘에 부쳐 다시 수확 지옥에 빠진 한글 씨 가족에게 그럴 때마다 든든한 지원군들이 찾아온다. 복숭아밭의 히든카드 둘째 민지 씨와 주말마다 찾아오는 한글 씨의 남자친구 성현 씨가 있다. 한글 씨의 직장 사수였던 성현 씨는 금요일 밤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묵묵히 일을 거들고 사라진다.
그들에게 복숭아밭은 여름 한정 데이트 장소다. 또 휴가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고생을 함께하는 친척과 친구들도 있다. 덕분에 한글 씨의 여름은 늘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계절이다. 흔히 ‘금수저’, ‘은수저’라는 말이 있지만, 풍요로운 복숭아밭과 고마운 인연까지 있어 한글 씨는 스스로를 타고난 ‘복수저’라고 말한다.
장마와 폭염이 휘몰아친 올여름, 다시 태풍이 몰려오고 있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지만 복숭아밭에 없는 한 사람, 종락 씨를 위해 똘똘 뭉친 한글 씨 가족의 여름은 뜨겁고 행복하다. 기차가 날아갈 정도의 강한 바람이 경상도 지역을 관통한다는 뉴스가 쏟아졌다.
가지가 찢어지도록 대풍을 이룬 복숭아밭에 수확 전에 낙과하면 1년간의 노고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용선 씨와 한글 씨는 새벽부터 복숭아를 따고, 가지가 부러지지 않도록 지지대를 세운다. 불안해하는 한글 씨에게 아버지는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받아들이자’며 다독이며, 홀로 비바람을 맞으며 수확한다.
그렇게 무사히 태풍이 지나가고 어느 때보다 푸르러진 복숭아밭에서 한글 씨와 용선 씨 부부는 아들에게 영상통화를 건다.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태풍이 지나가고 더 붉고 단단해진 복숭아들처럼 가족에게 몰아닥친 인생의 태풍도 그렇게 아물어 가고 있다.
(출처: KBS 인간극장)
인간극장 한독 부부의 별난 신혼일기 부산 사만다 전윤호 유투브 채널 씨름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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