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엄마에게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내려졌다. 2년 만에 말하는 법도 손 씻는 법도 잊어버려 하루하루 아이가 되어가는 엄마를 바라보는 일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지혜 씨는 돌이켜 보면 일에 빠져 엄마와의 추억이 없는 것이 가장 후회로 남는다는. 아파하는 아내를 바라보며 사위, 규환 씨는 장모님을 모시자고 제안한다.
엄마를 위해 어렵게 마당 있는 전원주택을 마련한 두 사람은 치매에 걸린 엄마와 7개월 아기를 함께 돌보느라 좌충우돌 일상이 시작된다. 엄마 덕분에 살아온 가족이 다시 엄마 덕에 똘똘 뭉치는 이야기를 만나본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노년의 삶과 자식의 눈물과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함께 따뜻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가족을 만나본다. 2년 전, 전두측두엽 치매 진단을 받은 엄마는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물론, 말을 할 수도 없게 됐다. 가족이 기억하는 엄마는 늘 억척스러웠다.
어려운 형편에도 하나 뿐인 외동딸을 물심양면 뒷바라지했다. 지혜 씨는 고생하는 엄마를 쉬게 해주고 싶어 일찍이 미용 일을 시작했다. 자리만 잡으면 함께 여행을 다니며 알콩달콩 추억을 쌓고 싶었지만 엄마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그냥 부모님을 모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사위 규환 씨는 치매에 걸린 엄마를 모시자고 먼저 제안하고 장모님을 모시기 위해 어렵게 마당 있는 집까지 마련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던 엄마였고, 딸보다 8살 연상의 사위를 귀하게 여겨준 장모님이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던 엄마. 이제 사랑을 받기만 했던 딸과 사위가 사랑을 되돌려 드리고자 한다. 아직 기억이 남아 있는 동안 엄마의 남은 인생을 어떻게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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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찾아오며 엄마는 점점 아기가 되어 버렸다. 입에도 안 댔던 군것질을 하고 숨겨둔 아이스크림을 찾아, 끝없이 드신다. 하루에도 수십 번 가방을 메고 대문 밖을 나서는 엄마 아기를 보듯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엄마를 보살피기 위해 지혜 씨와 규환 씨는 오늘도 달린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2년간 보살폈던 남편 창원 씨, 연로한 아버지마저 건강을 잃을까 염려한 딸이 부모님의 합가를 간절히 원했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자신이 끝까지 돌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아내가 급성 담낭염으로 쓰러지는 응급 상황을 겪으며 또 한 번 무너지고, 결국 딸의 결정에 따르기로 마음을 바꿨다.
홀로 남은 아버지를 걱정한 딸과 사위가 번갈아 찾아오며 합가를 설득하지만, 자신마저 숟가락을 얹을 수 없다고 한다.
텅 빈 집, 아내의 빈자리가 이렇게 컸던가, 더 잘해주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함께 꿈꿨던 노후를 아쉬워하며 오늘도 눈시울만 적신다. 30년을 들었던 다정한 목소리를 한 번만 더 들을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출처: KBS 인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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