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 암자의 숨은 고수, 밥 한 그릇의 가르침 –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바다와 산을 잇는 영덕의 블루로드,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두륜산 자락의 작은 암자. 오늘도 지훈 스님은 사찰을 홀로 가꾸며 수행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낮은 땅에 스며들어 고통받은 이들을 따듯이 품으라는 법명, ‘지훈’. 그래서였을까? 스님에게 가장 낮은 땅은 언제나 사람을 먹이고 살리는 부엌이었단다. 언제든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지훈 스님은 장아찌며 밑반찬을 준비해 둔다.
한여름, 무더위엔 오히려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탈이 없다는 스님, 이번엔 사찰을 찾는 귀한 손님들을 위해 오색수제비를 대접한단다. 오장을 좋게 한다는 오색수제비 반죽엔 지금이 제철인 당귀, 감자, 당근, 호박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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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당귀는 곱게 갈아 준비하고, 감자와 당근도 삶아낸 뒤 으깨어 은은하고 고운 빛깔을 내는 반죽을 만든다. 손 많이 가고 시간을 오래 들이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일이 스님에겐 수행이란다.
호불호가 갈리는 새송이버섯과 제철 가지는, 달인 간장에 끓여 햇볕에 말리면 장아찌의 기본 재료가 된다. 해와 바람, 그리고 자연의 시간에 맡겨 완성된 지훈 스님의 제철 밥상엔 사찰 행사 때나 올리는 감자케이크와 어린이들을 생각하는 감자피자도 특식으로 올려진다.
일상에 지쳐 찾아든 길손들에게 맛으로 스며들어 쉼과 평화를 나누는 지훈 스님의 따뜻한 밥상을 만나본다.
(출처: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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