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8회 황무지 그 겨울의 밥상
아름다운 눈밭 속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곤궁했던 그 시절, 혹독한 겨울을 버티며 살아온 이들은 한 뙈기의 땅이라도 더 얻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다. 산골짜기 황무지를 화전으로 일구며 억척스럽게 살아온 삶 속에서 그들이 버틸 수 있었던 그 힘. 강인하고도 따뜻한 그들의 겨울 밥상을 만난다.
어머니의 보약음식 – 전라북도 무주군
‘작은 히말라야’라 불릴 만큼 눈이 많이 오는 덕유산 자락의 벌한 마을. 아직도 바깥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오지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만난 권영순(91) 씨와 배창호(52) 씨 모자를 만나본다.
17살에 산을 넘어 이 외진 마을로 시집온 어머니는 8명의 자식을 낳아 기르며 맨손으로 돌을 쌓아 다랑논과 밭을 일궜다. 그러느라 자식들은 모두 밭가에서 키웠고 군대에 간 아들들에게는 면회도 한번 가지 못했다.
무주 벌한마을
주소: 전북 무주군 설천면 두길리
한국기행 무주 옛길 여행작가 최상석 금강 마실길 인공석굴 벌한마을 송이버섯
그것이 아직도 한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아들은 아픈 자신을 들쳐업고 눈쌓인 삼십리길을 달렸던 어머니를 떠올리면 아직도 목이 멘다.
유난히 애틋한 모자는 겨울 밥상도 특별하다. 없는 살림이다 보니, 어머니는 늘 자연 속에서 보약 같은 식재료를 찾아다녔다. 옻나무를 잘라 진국을 낸 뒤 그 물로 밥을 짓고 된장국을 끓여냈다.
개간한 땅에서 무 농사를 지어 겨울이면 간식용으로 무전을 부쳤다. 산에서 더덕을 캐서 자식들 학비를 벌었던 어머니는 남은 파지를 모아 숯불구이를 해주기도 했다.
아들은 연로한 어머니를 위해 높은 산에 올라 능이버섯을 따서 보관한다. 어머니를 위한 보약이다. 가슴 시리도록 따뜻한 어머니와 아들의 보약 밥상을 만난다.
(출처: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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