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시
잔잔한 물결 사이로 온갖 생명체가 뛰노는 보금자리 순천만. 그 아늑한 바다의 품을 찾아든 또 한 명의 박경희 씨가 있다. 거문도가 고향인 경희 씨에게 바다는 어린 날의 추억 그 자체다.
오랜 도시 생활을 접고 바다가 보이는 한적한 마을에 정착하게 된 것도 나이가 들수록 간절해지는 고향 생각 때문이었다는데. 그녀가 고향을 그리는 방식은 기억 속에 남은 어머니의 손맛을 재현해 보는 것이다. 아홉 남매 중 막내였던 경희 씨는 가장 늦게까지 섬에 남아 부모님의 곁을 지켰다.
끼니 때며, 김장 때며 어머니 옆에서 간을 보는 것이 경희 씨의 역할이었다. 이제 철마다 나는 생선으로 젓갈을 담고 다양한 음식과 조합해 보며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을 되짚어보는 것이 일과라는 경희 씨. 갓김치를 담글 때면 어머니의 레시피를 따라 담백한 맛의 가자미 젓갈과 삭힌 풀치를 넣는다.
순천 거문도 경희씨 남해의 맛 식당 밥상
해반
주소: 전남 순천시 해룡면 와온길 103
전화번호: 061-7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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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도의 맛을 연구하는 경희 씨의 집은 언제나 추억의 맛을 그리는 사람들이 문을 두드린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경희 씨는 손님들이 찾아올 때면 아낌없이 고향의 음식들을 내놓는다.
파시가 열릴 정도로 많이 잡히던 삼치는 거문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선. 묵은 갓김치를 넣고 바글바글 졸여내는 삼치 조림은 삼치가 나는 철 내내 즐겨 먹던 음식이다.
또 다른 거문도의 대표 생선, 갈치. 갈치 철이면 밤낚시를 하는 배들의 불빛으로 거문도 앞 바다는 불야성을 이뤘다. 그 시기에 지천으로 피었던 것이 바로 ‘항각구’라 부르는 엉겅퀴는 약초로도 쓰이는 엉겅퀴를 된장 맛이 푹 배도록 무쳐 물을 붓고 끓인 뒤 비늘을 제거한 갈치를 넣으면 거문도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엉겅퀴갈칫국이 완성된다.
보릿고개를 넘길 때 죽처럼 떠먹던 미역귀들깨탕까지 끓이니 거문도의 남해가 상 위에 올랐다. 고향의 바다와 맞닿은 순천만의 바다를 보며, 떠올리는 것만으로 푸근해지는 맛의 추억을 되새긴다.
(출처: 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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